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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마의태자 [4] 김술은 계영의 앞으로는 한덜음 더 들어 가며, 『 이 봐라, 지금 한 말은 정신 있어 한 말이냐, 내가 누군 줄을 알고 한 말이냐, 철없는 어린 계집이 실수로 한 말이냐, 다시 한번 바로 혀를 놀려 보아라!』 하고 소리를 질렀다. 김술이 계영아기 앞으로 대드는 것을 보고 시월이 두팔을 벌리고 김술의 앞을 막아 서며 또렷또렷한 목소리로, 『 비켜라! 아무리 예법을 모르는 북방 오랑캐의 종이기로 어는 안전이라도 함부로 주둥이를 놀리느냐 비켜라!』 하고 대든다. 김술이 더욱 노하려 주먹을 들어 시월의 뺨을 치며, 『 요 년! 요년!』 하고 벌벌 떠니, 김술을 모시는 두 사람 달려들어 시월을 끌어 낸다. 시월이 아니 끌리려고 몸부림을 하며, 『 어느 놈이든지 우리 댁 아가씨 몸에 손가락 하나만 대어 보라. 그 .. 2022. 7. 21.
이광수 마의태자 [3] - 169 - 하였다. 그러나 주막마다 들어서 물어 볼 수 없으므로 될 수 있는 대로 말을 빨리 몰아 원회보다 먼저 아슬라성에 들어 갈 생각만 하였다. 그래서 새벽 일찍 일어나고 저녁 늦게 주막에 들었다. 그러나 혹은 봄철 물이 넘치는 개천을 만나 길이 더디고, 혹은 비를 만나 촌가에 들어 가비를 긋노라고 지체 하였다. 주막에서는 가끔 같이 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행색을 수상히 여겨 수군거리 기도 하고 뻔뻔한 사내들은 말도 붙이어 보았으나 두 사람이 심히 당돌히 대답하기 때문에 별로 어려운 일은 없었다. 사흘 길을 가도록 원회는 만나지 못하고 행인 에게 물으면 혹은 어저께 그런 사람을 보았다 하고, 혹은 아침만절에 너는 고개에서 쉬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생각컨댄, 원회도 어서 공을 이루고 북원으로.. 2022. 7. 21.
이광수 마의태자 [2] 곁방에서, 『 선종아.』 하고 스님이 부르는 소리가 들린 것이다. 선종은 칼을 지에 꽂아 벽장에 집어 넣고 스님 방으로 들어 갔다. 스님은 피곤하여 잠이 들었다가 깬 모양이다, 이빨이다 빠지어서 옴쏙 들어 간 입을 오물거리면서, 『 나 냉수.』 하고 뼈만 남은 소나뭇가지 같은 팔을 내어 두른다. 선종은 얼른 바가지를 들고 법당 뒤로 뛰어 가 오탁수(鳥琢水)의 찬 냉수를 떠다 드렸다. 스님은 욕심나는 듯이 두어 모금을 마시니 그만 기운이 부치어 베개 위에 쓰러지며 꿍꿍 앓는 소리를 한다. 선종은 꿇어 앉아 스님의 베개를 바로 잡어 드리고 걸레를 갖다가 엎지러진 물을 씻었다. 스님의 허연 수염 끝에는 물방울이 맺히어 번쩍번쩍하였다. 『선종아.』 하고 스님은 눈도 아니 뜨고 부른다. - 86 - 『 네.』 스.. 2022. 7. 21.
이광수 마의태자 [1] 上篇[상편] 허 두 『 허, 오늘도 비가 아니 올 모양인걸.』 신라 서울 황룡사(皇龍寺) 절 담 모퉁이 홰나무 그늘에는 노인 사 오인 이모여 앉았다. 그중에 한 노인이 까만 안개 속으로 보이는 빨간 해를 보며 이렇게 한탄한 것이다. 『비가 무슨 비야.』 하고 다른 노인 하나가 무릎에서 기어 내리려는 발가숭이 어린 아이를 끌어 올리면서, 『 칠월 칠석도 그대로 넘겼는데 비가 무슨 비야.』 『글쎄 말이야.』 하고 커단 새털 부채를 든 노인은 긴 수염을 내려 쓸고 휘 한숨을 쉬며, 『 초저녁에 빗방울이 똑똑 떨어지더니 그만 소식이 없고 말았어.』 『이대로 사흘만 더 가면 문내(門川)물도 마르겠다던걸.』 『문내 물이야 설마 마르겠냐마는 대궐 안일 정교( 日精橋)· 월 정교( 月精橋) 밑에는 벌써 물이 말랐다던걸.. 2022. 7. 21.
한용운 추야몽 秋夜夢[추야몽] 1 가을밤 비소리에 놀라 깨니 꿈이로다 오셨든 님 간 곳 없고 등잔불만 흐리고나 그 꿈을 또 꾸라한들 잠 못 이뤄 하노라 2 야속다 그 비소리 공연히 꿈을 깨노 님의 손길 어대 가고 이불귀만 잡았는가 벼개 위 눈물 흔적 씻어 무삼 하리오 3 꿈이어든 깨지 말자 백번이나 별렀건만 꿈 깨자 님 보내니 허망할손 맹서로다 이후는 꿈은 깰지라도 잡은 손은 안 노리라 4 님의 발자최에 놀라 깨어 내다 보니 달그림자 기운 뜰에 오동닢이 떠러졌다. 바람아 어대가 못 불어서 님 없는 집에 부더냐 [상기 저작물은 저작권의 소멸 등을 이유로 저작권 보호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2022. 7. 20.
이른 봄 아침 정지용 이른봄아침 귀에 설은 새소리가 새여 들어와 참한 은시게로 자근자근 얻어맞은듯, 마음이 이일 저일 보살필 일로 갈러저, 수은방울처럼 동글 동글 나동그라저, 춥기는 하고 진정 일어나기 싫어라. 쥐나 한마리 훔켜 잡을 듯이 미다지를 살포 - 시 열고 보노니 사루마다 바람 으론 오호! 치워라. 마른 새삼넝쿨 새이 새이로 빠알간 산새새끼가 물레ㅅ북 드나들 듯. 새새끼 와도 언어수작을 능히 할가 싶어라. 날카롭고도 보드라운 마음씨가 파다거리여. 새새끼와 내가 하는 에스페란토는 회파람이라. 새새끼야, 한종일 날어가지 말고 울어나 다오, 오늘 아침에는 나이 어린 코끼리처럼 외로워라. 산봉오리 ― 저쪽으로 돌린 푸로우일 ― 페랑이꽃 빛으로 볼그레 하다, 씩 씩 뽑아 올라간, 밋밋 하게 깎어 세운 대리석 기둥 인듯, .. 2022. 7. 20.
김영랑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영랑 -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 날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1930) [상기 저작물은 저작권의 소멸 등을 이유로 저작권 보호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2022. 7. 20.
이광수 윤광호 尹光浩[윤광호] 一[일] 尹光浩[윤광호]는 東京[동경] K大學[대학] 經濟科[경제과] 二年級學生[이 년급학생]이라. 今年[금년] 九月[구월]에 學校[학교]에서 주는 特待狀[특대 장]을 받아 가지고 춤을 추다시피 기뻐하였다. 各新聞[각신문]에 그의 寫眞 [사진]이 나고 그의 略歷[약력]과 讚辭[찬사]도 났다. 留學生間[유학생간] 에서도 그가 留學生[유학생]의 名譽[명예]를 높게 하였다 하여 眞情[진정] 으로 그를 稱讚[칭찬]하고 사랑하였다. 本國[본국]에 있는 그의 母親[모친] 도 特待生[특대생]이 무엇인지는 모르건마는 아마 大科及弟[대과급제] 같은 것이어니 하고 기뻐하였다. 尹光浩[윤광호]는 더욱 工夫[공부]에 熱心[열 심]할 생각이 나고 學校[학교]를 卒業[졸업]하거든 還國[환국]하지 아니하 고 三[삼.. 2022.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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