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900 채만식 아름다운새벽 아름다운 새벽 1. 별명은 생철 동이라도 본시 조용하진 못한 마나님인데 겸하여 역정이 난 참이고 보니 그 야단스런 품이 미상불 생철동이를 뚜드리는 만큼이나 자못 시끄럽다. "아니 그래…… 어떡허면 그래…… 이 내 속에서 나온 자식이!……" 동네가 벌컥 뒤집하게 목소리만 큰 것이 아니다. ' 절구통 마나님’이라고도 또한 별명하는 그 육중스런 몸집을 연해 휘둘러싸면서 푸짐한 넋두리가( 아들 준을 두고 하는 넋두리가) 한바탕 벌어지던 것이다. "으응? 이 내 속에서 나온 자식이 그래…… 어떡허면 그래…… 고따위 루응? 고따위 루…… " 마침 메주를 쑤었다. 큰 가마솥에다 큰 대시루를 걸고 푸욱신 삶은 메주 콩을 바가지로 퍼억퍽 큰 대소쿠리에다 퍼담는다. 허연 김이 뭉게뭉게 피어 나오고 집 안팎으로 구수한 메주.. 2022. 7. 26. 나혜석 신생활에 들면서 新生活[신생활]에 들면서 「나는 가겟다」 「어대로?」 「西洋[서양]으로」 「西洋[서양] 어대로?」 「巴里[파리]로」 「무엇하러?」 「工夫[공부]하러」 「다 늘게 工夫[공부]가 무어야」 「젊어서는 놀구 늙어서는 工夫[공부]하난 거시야」 「그러키는 그래 머리가 허연 老大家[노대가]의 作品[작품]이야말노 갑시 잇스니」 「그러나 저거리기 구치안치도 아닌가」 「어지간이 짐도 려 보앗네마는 아직도 짐만 싸면 신이나」 「아모대서나 살지 다 늙게」 「사는 거슨 몸으로 사난 거시 아니라 마음으로 사난 거시야」 「몸이 늙으면 마음도 늙지」 「아니지 몸이 늙어갈수록 마음은 젊어가는 거시야 오스가와일드 時[시]에 도 「몸이 늙어가는 거시 슯흔 거시 아니라 마음이 젊어가는 거시 슯흐다」 고 햇서. 그러기에 西洋[서양]사람.. 2022. 7. 26. 채만식 여인전기 [하] 13. 血 肉[혈육] 1 "그날버틈은 다 참 너두 어리나따나 네 눈으루 보구 겪으구 해서 잘 알다시피, 먹구 입구, 너이 오뉘 공부 맘놓구 허구 허믄서, 세상 살게야 아무 그릴 것이 없었드니라만서두…… 추수가 삼백 석이나 되지. 돈을 또 돈으루퍽 많이 모아 두시구 돌아가섰지. 빚 없지. 무엇허러 큰부자가 부러우니. 그만하면 거저 가만히 앉아서 생기는 것만 가지구 써두 넉넉허구. 그러구 두 남아서 해마다 수월찮이씩 밀려나가구. 그래 나두 힘 안 들이구 느이 오뉘 길러가 믄 서 공부허구퍼 허는 대루 시키구. 조옴 몸이 편안해? 삯바느질 논것만 해두 어딘데. 바루 호강이 늘어졌지…… 그랬든 것이 그것두 타구난 팔자를 못 어기기루 마련여 그런지, 편안한 건 겨우 몸 하나뿐이구서 이 날 이 때까지 잠시 한때 맘이.. 2022. 7. 25. 채만식 여인전기 [중] 4 어린 진주는 졸린 것을 억지로 억지로 참으면서 할머니와 앉아서 아버지를 기다렸다. 아버지는 집에 당도하던 길로 낮에는 할아버지의 산소에 성묘를 가느라고, 또 석양때부터는 동헌(東軒)에서 원이 베풀고 청하는 잔치에 나아가느라고 밤이 이윽해서야 돌아와 그제서야 비로소 모자(母子)부터 부녀( 父女) 세 가권이 단출한 한때를 가질 수가 있었다. 식혜는 역시 생강을 많이 넣고 통고추를 띄우고 하여 할머니가 손수 정성들여 담근 것이었었다. 그런 식혜를 진주를 무릎에 안고 앉아 후울훌 맛있게 몇 번 마시고 나더니 "참, 진주야?" 하고 불렀다. "내?" "너 주머니 하나 만든 것 있어?" "주머니요?" "응!" "내!" 진주는 얼른 일어나 반닫이 앞으로 가서 주머니 하나를 찾아가지고 왔다. 옥색 관사 바탕에 자주.. 2022. 7. 25. 채만식 여인전기 [상] 女 人 戰 紀[여인전기] 1. 季節[계절]의 젊은이들 1 칠팔월 노양이라니, 추석머리의 한낮 겨운 햇볕이 여름처럼 따갑다. 하늘은 바야흐로 제철을 맞이하였노라 훨씬 높고 푸르렀고. 논이란 논마다 무긋무긋 숙어가는 벼이삭이 아직도 따갑고 살진 태양의 열과 광선(紫外線[자외선])을 마음껏 받으면서 마지막 여물이 여물기에 소리 없이 한창 바빠 있다. 잘 새끼친 소담스런 포기들, 수수목만씩한 굵고 탐진 이삭들…… 향교동(鄕校洞) 넓은 고래실은 올도 풍년이다. 논두둑으로는 새막이 드둣듬성 불규칙하게 가다오다 하나씩 서 있다. 벼는 뜨 물때가 지났고, 어린아이와 늙은이의 손까지 농촌은 아쉰 시절이라 새 막이 태반은 다 비었다. 큰마을(本洞) 바로 앞 신작로 건너로 거기에도 새막이 하나. 여학생 태의 나이는 한 이십.. 2022. 7. 25. 김남천 나는 파리입니다 나는 파리입니다 나는 파리다. 이름은 아직 없다 ─ 이렇게 쓰기 시작하고 보니 나는 고양 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 로부터 그의 인기소설의 허두를 잡았던 하목수 석(夏目漱石)의 「나는 고양이다」가 생각난다. 그 뒤에 그 고양이에게는 필시 귀엽고 아름다운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영구히 이름이란 걸 가져볼 수 없을 게다. 아니 우리 족속에서 이름을 가져 본 행복된 조상 이 있을 게냐. 생각해 볼 수 없는 막막한 일이다. 우리에겐 종류를 구별하 기 위한 ‘장르’적 명칭이라고도 할 만한 것이 있을 따름이다. 쇠파리, 왕 파리, 쉬파리, 청파리, 똥파리, 소파리 등. 그런데 나는 내 자신에 대하여 한 가지 자랑하게 아는 것이 있다. 그것은 나의 출생지다. 사람 치고는 제가 지상에 나온 고장을 모르는.. 2022. 7. 25. 규원 나혜석 閨 怨[규원] 는 졍히 五月[오월] 中旬[중순]이라 비 온 뒤은 아직도 지 못하야 검은 구룸발이 삼각산(三角山) 봉오리를 뒤덥허 돌고 긔운차게 셔々[셔] 흔 들기조와하든 「폽풀」라도 입새하나 움작이지 안코 조용히 셔 잇슬만치 그 러케 바람 한졈도 날니지 안는다. 참새들은 를 지어 갈팡질팡 이리가랴 져리가랴 하며 왜갈이난비 재촉하난 우름을 쳐가며 집융을 건너 넘어간 다. 이 에 어느 집 삼간대쳥에난 어린 아해 보러 온 六[육] 七人[칠인]의 부 인내들이 혹은 안저 부채질도 하며 혹은 더운 피곤(疲困)에 못 익이여 옷고 름을 잠간 풀어 졔치고 화문셕 우에 목침을 의지하야 가벼읍게 눈을 감고 잇난이도 이스며 혹은 무心[심]히 안저서 쳐음 온 집이라 압뒤을 보살펴 보 기도 하며 혹은 살림에 대한 이.. 2022. 7. 25. 한용운 즉사 卽事[즉사] 烏雲散盡孤月橫[오운산진고월횡] 遠樹寒光歷歷生[원수한광역력생] 空山鶴去今無夢[공산학거금무몽] 殘雪人歸夜有聲[잔설인귀야유성] 紅梅開處禪初合[홍매개처선초합] 白雨過時茶半淸[백우과시다반청] 虛設虎溪亦自笑[허설호계역자소] 停思還憶陶淵明[정사환억도연명] [상기 저작물은 저작권의 소멸 등을 이유로 저작권 보호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2022. 7. 23. 이전 1 ··· 102 103 104 105 106 107 108 ··· 113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