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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문학

방정환 세계아동예술전람회를열면서

by 역달1 2022.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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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界兒童藝術展覽會[세계아동예술전람회]를 열면서

밥을 먹어야 산다 하여 반찬도 간장도 없이 맨밥만 꾸역꾸역 먹고 살 수 있느냐 하면, 그렇게는 안 되는 것입니다. 좋은 반찬을 많이 먹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좋지 못한 반찬이라도 밥에 섞어 먹어야 밥을 먹을 수도 있고, 또 먹은 밥이 소화도 되어서 비로소 몸에 유익한 것입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유익한 지식이라 하여 수신(修身)과 산술만 꾸 역꾸역 먹고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느냐 하면, 그것만 가지고는 좋은 사람 (빠진 구석 없이 완전히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는 것이요, 예술이라 하는 좋은 반찬을 부지런히 잘 구해 먹어야 비로소 빠진 구석 없이 완전히 좋은 사람(전적 생활을 잘 파지(把持)해 갈수 있는 인물)이 되는 것입니다.

예술이라는 것을 자세히 설명하자면 여러분에게는 대단히 알아듣기 어려운 말입니다마는 듣기 쉽게 말하면, 여러분이 동요를 짓는다든지, 그림을 그린 다든지, 좋은 소설을 짓거나 읽는다든지, 좋은 동화나 동화극을 생각한다든 지, 그런 것들이 모두 ‘예술’이라는 세상의 것입니다. 모두 여러분의 예 술입니다.

그런데, 이 때까지 조선에서는 그것을 전혀 모르고 또는 알 만한 사람도 잊어버리고 지내왔습니다. 그래서 딱딱하고 뻣뻣한 글을 한평생 배워도 글 은 그대로 있을 뿐이지, 사람의 생활에 이렇게 저렇게 응용해 쓰지 못해 왔 습니다.

그러니까 실상은 배우면 배운 것이 사람의 살림과는 딴청으로 있어서, 글 배웠다는 사람일수록 뻣뻣하고 딱딱하고 장승처럼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돼 버렸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일찍부터 조선의 교육에도 새로운 과정이 자꾸 늘어 서 미술도 가르치고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도 안 되겠으 므로 요즘에는 동화다, 동요다, 무어다 무어다 하고 예술 방면의 교육에 힘 을 더 써 오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이 점에 크게 생각되는 점이 있어서 아직 대단히 유치하고 미미한 중에 있는 조선의 아동 예술 생활에 크게 참고가 되게 하고, 또 우리도 그 렇게 하고 싶다 하는 충동이 생기게 하고, 아직도 아동 예술이 무엇인지 알 지 못하는 부형께는 이런 것이 필요합니다, 벌써 남의 나라에서는 이렇게 굉장히 하고 있습니다 하는 것을 실지로 보여 드리기 위해서 ‘세계 아동 예술 전람회’ 를 계획한 것입니다.

남다른 정성으로 계획을 하였으나, 이 일은 세계적으로 큰 일인 만큼 너무 도 돈과 힘과 날짜가 많이 드는 일이어서 우리들의 조그만 힘에는 너무도 벅찬 일이었습니다.

년 전부터 시작한 것이 1년이 걸리고 2년이 걸려도 다 들어서지를 않아서 중간에 그만두자는 의논까지 났었으나, 그래도 그래도 하고 억지의 힘을 들 여서 햇수로 4년이 걸려서, 이번에 간신히 20여 나라의 출품을 모아 가지고 전람회를 열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우리의 조그만 힘임에 불구하고, 세계 각국에서 좋은 출품을 많이 보내 준 호의를 감사하고 또 기뻐하면서 이번 전람회가 한 분에게라도 더 많은 참고와 자극을 드려, 우리 조선의 아동 예술이 한층 뛰어남이 있게 되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라고 있을 뿐입니다.

〈《어린이》6권 6호, 1928년 10월호, 방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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