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 간 세 사람
최병화
남을 속이기 좋아하고 골려주기 잘하는 심술 사납고 장난 잘하는 세 사람 이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의사이고 한 사람은 약장사고 한 사람은 줄 잘 타 는 광대였습니다. 세 사람은 이상스럽게도 한날한시에 똑같이 죽자, 생전에 나쁜 일만 한 죄값으로 지옥에도 세 사람이 똑같이 가게 되었습니다.
지옥의 염라대왕은 큰 눈망울을 굴리면서 세 사람을 보고 호령하였습니다.
“너희 세 놈은 살아 있을 동안에 남을 속이고 골려주기만 하였으므로 그 벌 로 형벌을 받아야 한다.”
하고 먼저 펄펄 끓는 기름가마에다가 세 사람을 집어넣게 하였습니다.
저승사자는 조금도 인정과 사정이 없이 불을 때므로 세 사람은 뜨거워서 금방 녹아버리는 듯하였습니다. 그중에도 광대는 참을 수가 없어서 엉! 엉!
울면서
“염라대왕님! 이제는 나쁜 장난은 다시는 안 하겠으니 살려주십시오.” 하고 애원하였습니다.
의사는 새우같이 등을 꼬부리고 앉아서 “염라대왕님! 그저 한번만 용서하여주십시오.” 하고 열심히 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약장사는 벙글벙글 웃으면서
“자네들 왜 그렇게 울고들 있나. 참을성도 퍽도 없네그려.” 하고 꾸짖고 있었습니다.
“여보게, 몸이 금방 녹아 없어질 듯이 뜨거워 죽겠는데 어떻게 울음이 안 나오나. 자네 몸뚱이는 살이 아니라 쇳덩어리 인가” 하고 광대가 말하였습니다.
“자! 울지들 말고 나 하라는 대로만 하게. 나에게 좋은 궁리가 있으니까.” 하고 약장사는 주머니에서 무슨 약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그 약을 가마 밑 바닥에다가 발랐습니다. 그러니까 이상스럽게도 저승사자가 아무리 통나무 장작을 지펴도 가마 속의 기름은 더 뜨거워지질 않고 마치 목욕탕 물같이 뜨겁지도 차지도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엉! 엉! 울고 있던 광대는 별안간 기 뻐하면서
“이제 물이 꼭- 알맞구나. 지옥의 목욕탕으로는 너무 과한걸‧‧‧‧‧‧ 여보게 약 장사! 잔등이를 문질러줄게 저쪽을 향하고 앉게.” 하고 약장사의 잔등이를 문질러주었습니다.
“아- 이게 웬 까닭일까?
하고 깜짝 놀란 것은 지옥의 사자들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염라대왕에게로 급히 뛰어가서
“염라대왕님! 기름 가마에 넣은 세 놈은 기름 가마를 목욕탕같이 알고 몸의 때를 씻고 있습니다.”
하고 말하였습니다.
염라대왕도 깜짝 놀라면서
“뭐? 어쩌고 어째. 너희 놈들이 불을 어떻게 때기에 그렇단 말이냐?” 하고 시뻘건 얼굴을 더욱 붉혀 가지고 호령을 하였습니다.
“그러면 그놈들을 기름 가마에서 꺼내다가 즉시 바늘 산에다가 던져버려라.
오! 얼른! 얼른!”
사자들은 세 사람을 바늘 산으로 쫓아내었습니다.
“이놈! 얼른 올라가거라. 올라가지 않으면 쇠뭉치로 후려갈길 터이다.” 하고 떼밀고 있습니다. 앞을 보니까 뾰족뾰족한 바늘들이 빈틈없이 솟아 있 어서 올라서면 바늘이 발바닥을 찔러 죽을 것 같았습니다. 맨 먼저 올라간 약장사가
“어구, 아파. 어구 아파. 어떻게 여길 올라가나.” 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울고 있었습니다. 의사도 한 발을 올려놓다가 발바닥 을 찔리고
“나는 죽으면 죽었지 못 올라가겠다.” 하고 발바닥에서 흐르는 피를 씻으면서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광 대가 태연스럽게 웃으면서 두 사람을 향하여 “여보게, 울지들 말게. 이번에는 내가 좋은 궁리를 생각할 터이니 걱정 말 게.”
하고 약장사와 의사를 한 팔에 한 사람씩 올려 앉히고 훌쩍 바늘 산 위로 걸어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나비가 꽃밭을 날아다니는 거와 같이 바늘 위를 이곳저곳 살짝살짝 디디면서 돌아다녔습니다.
에헤 에헤. 동무님네야
이번에는 올라간다.
건너 산봉우리에
푸른 구름을 건너다봐라.
에헤 에헤 동무님네야
이번에는 내려간다.
앞 시내 수양버들
춤추는 가지를 내려다봐라.
하고 노래를 부르면서 바늘산 위를 춤을 추는 듯이 걸어 돌아다녔습니다.
이것을 본 사자들은 또 깜짝 놀라서 즉시 염라대왕에게로 갔습니다.
“염라대왕님! 야단났습니다.”
마침 책상에 의지해서 졸고 있던 염라대왕은 이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뜨 면서
“무엇이 야단났단 말이냐?”
하고 물었습니다. 사자들은 일제히
“대왕님 분부대로 그 세 놈을 바늘 산으로 올려 보내지 않았겠습니까? 그런 데 그놈들은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고 있으니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뭐 뭐 노래를 불러.”
염라대왕은 화도 나고 기가 막혀서
“참 그놈들 만만한 놈들이 아니로구나. 지금까지 지옥에 수많은 사람이 왔 지만 바늘 산 위에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돌아다니는 놈은 처음 보겠 다.”
이렇게 염라대왕이 말을 하니까, 사자들은 “저렇게 즐겁게 놀고 있는 것을 보면 지옥이나 극락이 별로 다를 것이 없지 않겠습니까?”
하 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염라대왕은 큰 입을 벌리더니 “애들아! 그 세 놈을 이리로 곳 잡아오너라. 내가 그놈들을 잡아먹을 터이 니.”
하고 마루청을 쾅! 쾅! 울리면서 화를 내었습니다.
“이놈들, 얼른 가지 않고 무얼 꿈지럭거리고 있느냐” “네 네. 곧 가겠습니다.”
사자들은 이렇게 말하고 물러가더니 조금 있다가 바늘 산에서 세 사람을 붙잡아다가 염라대왕 앞에 꿇려 놓았습니다.
염라대왕은 큰 눈망울을 굴리면서
“약장사, 의사, 광대 너희들은 지옥을 업신여기는 놈들이니까 내가 한 입에 삼켜버릴 터이니 춤을 추려거든 내 뱃속에서 실컷 추어 봐라.” 하고 천둥 같은 소리로 호령을 하더니 사람이 콩을 먹듯이 후루룩! 하더니 큰 입속으로 세 사람이 한꺼번에 들어가 버렸습니다.
세 사람은 염라대왕의 큰 대궐 문 같은 입속에서 굴속 같은 목구멍을 지나 서 뱃속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맨 먼저 약장사가 “이제는 별수 없이 꼭 죽었구나.”
하고 한탄을 하니까
“참말 어떻게 했으면 좋단 말인가? 얼마 안 되어서 우리들은 물과 같이 녹 아버릴 터이니.”
하고 광대가 울면서 말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의사가
“아까는 광대 때문에 살았으니 이번에는 내가 살려낼 차례이구나. 여보게!
나에게 살 도리가 있으니 나 시키는 대로만 하게. 나는 의사이니까 몸뚱어리 속의 힘줄을 잘 알고 있다네. 자! 이것이 눈물 나는 힘줄이니 약장사! 자네가 이것을 힘껏 잡아당기게 자! 이것은 웃음 나오는 힘줄이니 광대! 자네가 이 것을 힘껏 잡아당기게. 자! 이것은 화가 나는 힘줄이니 내가 이것을 잡아당 기겠네.”
이 말을 들은 약장사와 광대는 춤을 출 듯이 좋아하였습니다.
“그럼, 잡아당길까”
“응! 얼른 잡아당기게.”
이 말을 들은 약장사는 눈물 나는 힘줄을 힘껏 잡아당기니까 염라대왕은 갑자기 슬퍼져서
“어이! 어이!”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면서 울었습니다.
그다음에
“나도 잡아당길까?”
“응! 힘껏 잡아당기게.”
이번에는 광대가 웃음 나오는 힘줄을 잡아당기니까 염라대왕은 별안간 웃 음이 나와서 집이 떨! 떨! 울리는 듯한 큰 소리로 “허허허허! 허허허허!”
하고 웃었습니다.
“이제 그만 이번에는 내 차례일세.” 하고 의사가 화가 나는 힘줄을 잡아당기니까 염라대왕은 또 불현듯 화를 내었습니다.
“응! 응! 응!”
하고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집어던지고 발에 차이는 대로 물건을 차 버 리었습니다. 지옥의 사자들은 모조리 모여 와서 울다 웃다 화를 내는 마치 미친 사람같이 된 염라대왕을 보고 하도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혀서 한 놈도 말을 못하고 벌벌 떨고만 서서 어찌 할 줄을 몰랐습니다.
뱃속의 세 사람은 퍽 재미가 나고 신이 나서 그저 제가끔 함부로 세 힘줄 을 잡아당겼습니다. 그러니까 염라대왕은 “어이! 어이!”
눈물을 흘리고 울다가 홀연히
“허허허허! 허허허허!”
하고 마치 기관차와 같이 큰 소리를 내면서 웃는듯하더니 이번에는 갑자기 “응! 응! 응!”
하고 우지끈 뚝딱! 물건을 내동댕이쳐 깨트렸습니다.
“응! 응! 응!”
“응! 응! 응!”
“허허허허! 허허허허!”
“응! 응! 응!”
“어이! 어이!”
나중에는 숨이 차고 기운이 지쳐서
“아! 여보게 이 사람들 내가 잘못했네. 용서하게.” 그래도 세 사람은 들은 척 만 척하고 잡아당겼습니다.
“응! 응! 응!”
“응! 응! 응!”
염라대왕은 더욱더욱 배창자가 켕기고 허리가 부러지는 것같이 아파서 견 딜 수가 없어서 그만 재채기를 해서 다시 뱉아 놓았습니다. 염라대왕에 뱃속 에 들어갔던 약장사가 다시 튀어나오는 김에 화닥닥 놀라 깨어나니 약장사 하는 김 첨지의 하루 저녁 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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