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수업』독후감
민촌 이기영 씨의 건실한 사실주의 문학은「고향」을 거쳐서 한 개의 노선 을 문학사상에 획연(劃然)히 그어 놓은 일방(一方), 씨의 문학은 다른 또 한 개의 ‘장르’를 지요(摯拗, 執拗의 오식인 듯 - 편집자)하게 추급(追 及)하여 사실주의 문학의 다양화에 분투기를 게을리지 않았다.
그것은 씨의 문학 생활 기초로부터 면면한 줄을 끌고 금일에 이르러서, 그 십 년에 이르는 장구한 행정(行程) 위에서 「박선생」「전도사와 외교원」 「쥐 이야기」「남경충의 총동원」등을 우리에게 보내 주고 있거니와 지금 단행본으로 되어 우리의 손에 들려 있는 『인간 수업』은 이 노선이 도달한 최고의 지점이며 동시에 조선의 문학이 소지할 수 있는 최초의 거대한 풍자 문학이다.
『인간 수업』의 작자가 2년 가까운 옥중 생활의 속에서 면밀한 사색을 통 하여 도달한 야심은 그의 풍자 문학을 16세기 서반아 문학이 낳은 세르반테 스의 「돈키호테」에 비견된느 위대한 계〇이었다.
생각컨대 씨가 다년간의 풍자 문학의 수련 도상에서 얻은 바는 진정한 유 우머는 현실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고, 그 현실의 극치에서 풍자를 발견 하는 길은 이얼리스틱한 창작 방법에 의하여만 가능할 것이며, 만일 이 길 을 세르반테스의 방향에서 일층 더 높이 앙앙시킬 수 있다면은, 이렇게 하 여 소산되는 문학은 한낱 문학적‘형식’의 다양화에 공헌할 뿐만 아니라, 지금과 같은 전환기의 시대가 응당히 가져야 할 최고의 문학이 될 수 있으 리라는 굳은 신조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작자가 그의 소설의 주인공을 어떠한 인간적 전형을 가지고 설정한다 고 하여도 그것은 그의 자유일는지 모른다. 그러므로 이씨가‘현호’를 이 러한‘변인형(變人型)’에서 설정한 것에 대하여 그의 정부(正否)를 논의하 는 것보다도, 주인공이 봉착하고 그와 교섭하는 시민적 생활의 비속성이 얼 마나 리얼리스틱하게 묘파되었는가가 문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우리는 세르반테스가 그의 주인공으로 하여금 현실을 세계를 여행시킨 데 대하여 우리의 작가가 현호를 겨우 관념의 세계에 향해시킴에 불과하였다는 것을 깨달음에 이를 것이다. 현호는 시민 세계의 현실을 샅샅이‘행동’하 는 것보다 관념의 세계에서 회화(會話)하고‘교설(敎說)’하기를 더 많이 하였다. 이것은 확실히 이 작품의 사실성을 저하시켰다.
돈 키호테가 기사로 무장하고 나서는 것은 기사 계급을 재흥하려는 때문이 었는데, 이씨의 현호가 사모각대(紗帽角帶)를 한 것은 봉건 사회를 재래시 키고자 하였음인가. 전자는 기사 계급의 최후의 광신자인데 반하여, 현호는 적어도 시민 사회의 비판자로 설정된 것은 작자는 잊어 버리지 아니하였는 가. 시민사회의 비판자가 봉건 사회의 의장(衣裝)을 몸에다 두른 것은 이 소설의 풍자성을 감쇄(減殺)하고 있다. 다시 이러한 실패는 박의사의 누이 ‘경애’로 하여금 현호를 연모케 한 것에서도 폭로되어 있다. 이얼리스트 의 붓은 응당 현호로 하여금 피녀(彼女)를 일방적으로 연모시키어야 할 것 이었다. 돈 키호테는 추하게 생긴 농부 트보소를 귀부인인 것처럼 숭배하였 다.
그러나 이러한 적은 결함에도 불구하고 현호와 그의 처 순복이와의 생활을 통하여 현대 신여성의 비속성을 폭로한 것 같은 것은 통렬하기 짝이 없다.
긴 이야기를 기록할 수 없으나『인간 수업』은 우리들에게 대단히 흥미있 는 토론 문제를 제공할 뿐 아니라 시민 사회에 던지는 최대의 문학적 폭탄 임에 들림없을 것이다.〔발행소 경성부(京城府) 견지성(堅志町) 110 태양사 진체(振替) 구좌 경성 27221번 정가 1원 60전〕
(『조선일보』, 1937년 5월 25일. ‘신간평’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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