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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문학

김유정 솟

by 역달1 2022.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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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나갈거라곤 인제 매함지와 키쬬각이 있을뿐이다.

그 외에도 체랑 그릇이랑 있긴 좀허나 깨여지고 헐고하야 아무짝에도 못슬 것이다.

그나마도 들고 나설랴면 안해의눈을 기워야 할터인데 마즌쪽에 빠안이 앉었 으니 꼼짝수없다.

허지만 오늘도 밸을 좀 글거놓으면 성이 뻐처서 제물로 부르르 나가버리리 라 ─ 아랫목의 근식이는 저녁상을 물린뒤 두 다리를 세워안고 그리고 고개 를 떨어친채 묵묵하였다. 왜냐면 묘한꼬투리가 있슴즉 하면서도 선뜻 생각 키지 안는 까닭이었다.

웃목에서 나려오는 냉기로 하야 아랫방까지 몹씨 싸늘하다.

가을쯤 치바지를 해 두었드면 좋았스련만 천장에서는 흙방울이 똑똑 떨어 지며 찬바람은 새여든다.

헌 옷때기를 들쓰고앉어 어린 아들은 화투전에서 킹얼거린다.

안해는 이 아이를 얼르며 달래며 부즈런히 감자를 구어먹인다. 그러나 다 리를 모로 느리고 사지를 뒤트는냥이 온종일 방아다리에 시달린 몸이라 매 우 나른한 맥시었다. 손으로 가끔 입을 막고 연달아 하품을 할뿐이었다 한참 지난후 남편은 고개를 들고 안해의 눈치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두터 운 입살을 찌그리며 바투 데퉁스러이

「아까 나제 누가 왔다갔어?」

하고 한마듸 얼른 내다부첬다.

그러나 안해는

「면서기밖에 누가 왔다갔지유 ─」

하고 심심이 바드며 들떠보도 안는다.

물론 전부터 밀어오든 호포를 독촉하러 오늘 면서기가 왔든것을 남편이라 고 모르는바도 아니었다. 자기는 거리에서 먼저 기수채웠고 그때문에 붓잡 히면 혼이 뜰가바 일부러몸을 피하였다. 마는 어차피 말을 꼴랴하니까 「볼 일이 있으면 날 불러대든지할게지 왜 그놈을 방으루 불러드리고 이 야단이야」

하고 눈을 부르뜨지 않을수가 없었다.

안해는 이말에 이마를 홱 들드니 눈골이 잡은참 돌아간다. 하 어이없는 일 이라 기가 콕 막힌 모양이었다. 샐쭉해서 턱을 족곰 소치자 그대로 떨어치 고 잠잡고 아이에게 감자만 먹인다.

이만하면, 하고 남편은 다시 한번

「헐 말이 있으면 문밖에서 허던지, 방으로까지 끌어드리는건 다 뭐야?」 분을 속갔다.

그제서야

「남에 속모르는소리 작작하게유 자기때문에 말막음하느라구 욕본생각은 못하구」

안해는 감으잡잡한 얼굴에 핏대를 올렸으나 그러나 표정을 고르잡지못한다.

얼마를 그렇게앉었드니 이번에는 남편의 낯을 똑바로 쏘아보며 「그지말구 밤마다 집신짝이라두 삼어서 호포를 갔다대게유」 하다가 좀 사이를 두곤 들릴듯 말들한 혼잣소리가

「기집이 좋다기로 그래 집안 물건을 다들어낸담!」

하고 여무지게 종알거린다.

「뭐, 집안 물건을 누가 들어내?」

그는 시치미를 딱 떼고 제법 천연스리 펄선 뛰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떡메 로 복장이나 어더마즌듯 찌인하였다. 입때까지 까마케 모르는줄만 알았드니 안해는 귀신가치 옛날에 다 안 눈치다. 어제밤 안해의 속곳과 그제밤 맷돌 짝을 훔으려낸것이 죄다 탈로가 되었구나, 생각하니 불쾌하기가 짝이 없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해, 벼락을 마WMF라구?」

그는 이렇게 큰 소리를 해보았스나 한팔로 아이를 끌어다려 젓만 먹일뿐, 젊은안해는 수째 바다주지 않었다.

안해는 샘과 분을 못 이기어 무슨 되알진 소리가 터질듯질듯 하면서도 그 냥 꾹 참는 모양이었다. 눈을 알로나려깔고 색 색 숨소리만 내다가 남편이 또 다시

「누가 그따위 소릴 해 그래?」

할제에야 비로소 입을 여는것이 ──

「재숙 어머이지 누군 누구야 ──」

「그래 뭐라구?」

「들병이와 배 마졌다지 뭔 뭐래 맷돌허구 내 속곳은 술 사먹으라는거지 유?」

남편은 더 뻐치지를 못하고 고만 얼굴이 확근 달핫다. 안해는 좀 살자고 고생을무릅쓰고 바등거리는 이판에 남편이란 궐짜는 그속곳을 술 사먹었다 면 어느 모로 따저보던 곱지못한 행실이리라 그는 안해의 시선을 피할만치 몹씨 양심의 가책을 느꼇다. 마는 그렇다고 자기의 의지가 꺾인다면 또한 남편 된 도리도 아니었다.

「보두못허구 애맨 소릴해그래, 눈깔들이 멀라구?」

하고 변명삼아 목청을 꽉도닷다.

그러나 아무 효력도 보이지 않음에는 제대로 약만 점점 오를뿐이다. 이러 다간 번전도 못 건질걸 알고 말끝을 얼른 돌리어

「자기는 뭔대 대낮에 사내놈을 방으로 불러드리구, 대관절 둘이 뭣했드 람?」

하여 안해를 되순나잡았다.

안해는 독살이 송곳끝처럼 뾰로저서 젓 먹이든 아이를 방바닥에 쓸어박고 발딱 일어섰다. 제 공을 모르고 게정만 부리니까 되우 야속한 모양갓다. 찬 방에서 너좀 자보란듯이 천연스레 뒤로 치마꼬리를 여미드니 그대로 살랑살 랑 나가버린다.

아이는 또 그대로 요란스리 울어대인다.

눈우를 밟는 안해의 발자취소리가 멀리 사라짐을 알자 그는 비로소 맘이 노혔다. 방문을 열고 가만히 밖으로 나왔다.

무슨 짓을 하던 볼 사람은 없을것이다.

그는 벅으로 더듬어 들어가서 우선 성냥을 드윽 그어대고 두리번거렸다.

짐작하든대로 그 함지박은 부뚜막우에서 주인을 우두먼히 기달리고 있다.

그 속에 담긴 감자 나부렁이는 그 자리에 쏟아버리고 그리고나서 번쩍들고 뒤란으로 나갔다.

앞으로 들고 나갔으면 좋을테지만 그러다 안해에게 들키면 아주 혼이 난 다. 어렵드라도 뒷겻 언덕우로 올라가서 울타리 밖으로 쿵하고 아니 던저넘 길수 없다.

그담에가 이게 좀 거북한 일이었다. 허지만 예전 뒤나보러 나온듯이 뒷짐 을 딱지고 싸리문께로 나와 유유히 사면을 돌아보면 고만이다.

하얀 눈우에는 안해가 고대 밟고간 밟자욱만이 딩금 딩금 남었다.

그는 울타리에 몸을 착 비겨대고 뒤로 돌아서 그함지박을 집어들자 곧 삥 손이를 노았다.

근식이는 인가를 피하여 산기슬그로만 멀직암치 돌았다. 그러나 함지박은 몸에다 곁으로 착붓첬으니 좀체로 들킬 염려는 없을것이다.

매웁게 쌀쌀한 초생달은 푸른 하늘에 댕그먼니 눈을 떳다.

수어리골을 흘러나리든 시내도 인제는 얼어붙었고 그빛이 날카롭게 번득인 다.

그리고 산이며 들, 집, 낫가리, 만물은 겹겹눈에 잠기어 숨소리조차 내질 안는다.

산길을 빠저서 거리로 나올랴할제 어디에선가 징이 찡찡, 울린다. 그 소리 가 고적한 밤 공기를 은은히 흔들고 하늘 저편으로 사라진다.

그는 가든 다리가 멈칫하여 멍헌이 넉슬 잃고섰다.

오늘 밤이 농민회총회임을 고만 정신이나빠서 감박 잊었든것이다.

한번 회에 안 가는데 궐전이 오전, 뿐만 아니라 공연한 부역까지 안담이 씨우는것이 이 동리의 전례이었다.

또 경 첬구나, 하고 길에서 그는 망서린다 허나 몸이 아파서 알헛다면 그 만이겠지 이쯤 안심도 하야본다 그렇지만 어쩐 일인지 그래도 속이 끌밀하 였다.

요즘 눈 바람은 부다치는데 조밥 꽁댕이를 씹어가며 신장노를 닥는것은 그 리 수월치도 않은 일이었다. 떨면서 그 지랄을 또 하려니, 생각만 하여도 짜정 이에서 신물이 날번하다 만다.

그럼 하루를 편히 쉬고 그걸 또 하느냐, 회에 가서 새 까먹은 소리나마 그 소리를 조라가며 들고 앉었느냐 ──

얼른 딱 정하지를 못하고 그는 거리에서 한 서너번이나 주춤주춤 하였다.

허지만 농민회가 동리에 청년들은 말끔 다 쓸어간 그것마는 여간 고마운 일이아니었다. 오늘 밤에는 술집에 가서 저 혼자 들병이를 차지하고 놀수있 으리라 ──

그는 선뜻 이렇게 생각하고 부즈런히 다리를 재촉하였다. 그리고 술집 가 차히 왔을 때에는 기뿔뿐만아니요 또한 용기까지 솟아올랐다.

길까에 따로 떨어저서 호젔이 노힌 집이 술집이다. 산모퉁이 옆에 서서 눈 에 쌓이어 그 흔적이 진가민가하나 달빛에 빛기어 갸름한 꼬리를 달고있다.

서쪽으로 그림자에 묻지어 대문이열렸고 그 곁으로 불이 반짝대는 지게문이 하나가있다.

이방이 즉 게숙이가 빌려서 술을 팔고있는 방이다. 문을 열고 씩 들어스니 게숙이는 일어스며 뭇척 반긴다.

「이게 웬 함지박이지유?」

그 태도며 얕은 웃음을 짓는냥이 나달전 처음 인사할제와 조곰도 변칠않었 다. 아마 어제밤 자기를 보고 사랑한다든 그 말이 알톨같은 진정이기도 쉽 다. 하여튼 정분이라 과연 히얀한 물건이로군 ──

「왜 웃어, 어제밤 술값으로 가저왔는데」

하고 근식이는 말을 받다가 어쩐지 좀 제면적었다. 계집이 받아들고서 이리 로 뒤척저리로 뒤척하여 또는 바닥을 뚜들겨도 보며 이렇게 좋아하는걸 얼 마쯤 보다가

「그게 그래봬두 두장은 헐씬 넘을걸 ―」

마주 싱그레 웃어주었다. 참이지 게숙이의 흥겨운 낯을 보는것은 그의 행복 전부이었다.

계집은 함지를 들고 안쪽문으로 나가드니 술상 하나를 곱게 받허들고 들어 왔다. 돈이 없어서 미안하야 달라지도 않는 술이나 술값은 어찌 되었든지 우선 한잔하란 맥시었다. 막걸리를 화투에 거냉만하야 딸하부며 「어서 마시게유 그래야 몸이 풀리유 ―」

하드니 손수 입에다 부어까지 준다.

그는 황감하야 얼른 한숨에 쭈욱 들여켰다. 그리고 한잔 두잔 석잔 ──.

게숙이는 탐탁히 옆에 붙어앉드니 근식이의 얼은 손을 젖 가슴에 묻어주며 「어이 차 일 어째!」

한다 떨고서 왔으니까 퍽으나 가여운 모양이었다.

게숙이는 얼마 그렇게 안탁가워하고 고개를 모로 접으며 「난 낼 떠나유 ―」

하고 썩 떨어지기 섭섭한 내색을 보인다. 좀 더 있으랴 했으나 아까 농민회 회장이 찾아왔다. 동리를 위하야 들병이는 절대로 안 받으니 냉큼 떠나라 했다. 그러나 이밤에야 어데를 가랴, 낼아츰 밝는대로 떠나겠노라 했다 하 는것이다.

이말을 듣고 근식이는 고만 낭판이 떨어저서 멍멍하였다. 언제이던 갈줄은 알았든게나 이다지도 급작이 서들줄은 꿈밖이었다. 자기 혼자서 따로 떨어 지면 앞으로는 어떻게 살려는가 ──

게숙이의 말을 드러보면 저에게도 번이는 남편이 있었다 한다. 즉 아랫묵 에 방금 누어있는 저 아이의 아버지가 되는 사람이다. 술만 처먹고 노름질 에다 훅닥하며 안해를 뚜들겨패고 벌은 돈푼을 뺐어가며 함으로해서 당최 결딀수가 없어 석달전에 갈렸다고 하는것이다.

그럼 자기와 들어내놓고살아도 무방할것이 아닌가 허나 그런 소리란 참아 이쪽에서 먼저 끄내지가 어색하였다.

「난 그래 어떻게 살아 나두 따라갈가?」

「그럼 그럽시다유」

하고 게숙이는 그말을 바랐단듯이 선뜻 받다가

「집에 있는 안해는 어떻거지유?」

「그건 염녀없어 ─」

근식이는 고만 기운이 뻐처서 시방부터 게숙이를 얼싸안고 들먹어린다. 치 우기는 별루 힘들지 않을것이다. 왜냐면 제대로 그냥내버려만두면 제가 어 데로가던마던 할게니까. 하여튼 인제부터는 게숙이를 따라다니며 벌어먹겠 구나, 하는 새로운 생활만이 기뿔뿐이다

「낼밝기전에 가야 들키지않을걸!」

밤이 야심하여도 회 때문인지 술군은 좀체 보이지않었다. 인젠 안 오려니, 단념하고 방문고리를 결은뒤 불을 껐다. 그리고 게숙이는 멀거니 앉어있는 근식이 팔에 몸을던지며 한숨을 후 ── 짓는다.

「살림을 하려면 그릇쪼각이라두 있어야할텐데 ―」

「염녀마라 내 집에 가서 가저오지 ―」

그는 조금도 꺼림없이 그저 선선하였다. 따는 안해가잠에 고라지거던 슬몃 이들어가서 이것저것 마음에 드는대로 후무려오면 그뿐이다. 앞으로 굼주리 지않어도 맘편히 살려니 생각하니 잠도않올만치 가슴이 들렁들렁하였다.

방은 우풍이 몹시도 세었다. 주인이 그악스러워 구둘에 불도 변변히 안지 핀 모양이다.

까칠한 공석자리에 등을부치고 사시나무떨듯 덜덜 대구 떨었다.

한 구석에 쓸어박였든 아이가 별안간 잠이 깨었다. 징얼거리며 사이를 파 고 들려는걸 어미가 야단을 치니 도루 제자리에 가서 찍 소리없이 누었다.

매우 훈련 잘 받은 젓먹이였다.

그러나 근식이는 그놈이 생각하면 할수록 되우 싫였다. 우리들이 죽도록 모아놓으면 저놈이 중간에서 써버리겠지 제 애비번으로 노름질도하고 에미 를 두들겨패서 돈도 뺐고 하리라 그러면 나는 신선노름에 도끼짜루썩는 격 으로 헛공만 드리는게아닐가하고 생각하니 당장에 곳얼어죽어도 아깝지는 않을것이다 허나 어미의 환심을 살려닌까

「에 그놈……착하기도 하지」

하고 두어번 그 궁둥이를 안뚜덕일수도 없으리라

달이 기우러서 지게문을 훤이 밝히게 되었다.

간간 외양간에서는 소의 숨쉬는 식 식 소리가 거푸지게 들려온다.

평화로운 잠자리에 때아닌 마가 들었다 뭉태가 와서 나즌소리로 게숙이를 부르며지게문을 열라고 찌걱어리는게 아닌가 전일부터 게숙이에게 돈좀쓰든 단골이라고 세도가 막댕댕하다.

근식이는 망할자식하고 골피를 찌프렸다 마는 게숙이가 귓속말로 「내 잠간 말해보낼게 밖에나가 기달리유」

함에는 속이 좀 든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말은 남편을신뇌하고 하는 통사 정이리라 그는 안문으로 바람같이 나와서 방벽게로 몸을 착 부처세우고 가 끔 안채를 살펴보았다 술집 주인이 나오다 이걸 본다면 담박 미친 놈이라고 욕을 할것이다 그러치 않어도 그적게는

「자네 바람 잔득 난네그려 난술을 파니 좋긴허지만 맷돌짝을 들고 나오면 살림고만둘터인가?」

하고 멀쑤룩하게 닥기었다 오늘 들키면 또 무슨 소리를 ── 근식이는 떨고 섰다가 이상한 소리를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방문 께로바득이 다가서서 가만히 귀를 기우렸다.

왜냐면 뭉태가 들어오며며

「오늘두 그놈 왔었나?」

하드니 게집이

「아니유. 아무도 오늘은 안왔어유」

하고 시치미를 떼니까

「왔겠지 뭘, 그자식 웨 새 바람이 나서 지랄이야」

하고 썩 신통그러지게 비웃는다.

여기에서 그놈 그자식이란 무를것도 없이 근식이를 가라침이다. 그는 살이 다 불불 떨렸다.

그뿐 아니라 이말저말 한참을 증언부언 지꺼리드니

「그자식 동리에서 내쫓는다던걸 ―」

「왜 내쫓아?」

「아 회엔 안오고 술집에만 박혀있으니까 그러치」

(이건 멀정한 거즛 말이다 회에좀 안갔기로 내쫓는 경오가 어딧니, 망할 자식?)

하고 그는 속으로 노하며 은근히 굳세게쥐인 주먹이 대구떨리었다.

그만이라도 좋으런만

「그자식 어찌 못난는지 안해까지 동리로 돌아다니며 미화라구 숭을 보는 걸 ―」

(또 거즛 말, 안해가 날 어떻게 무서워하는데 그런 소리를 해!) 「남편을 미화라구?」

하고 게집이 호호대고 웃으니까

「그럼 안그래 그러구 게숙이를 집안망할 도적년이라구하던걸 멧돌두 집어 가구 속곳두 집어가구 했다구」

「누가 집어가 갓다주니까받았지」

하고 게집이 팔싹 뛰는 기맥이드니

「내가 아나 근식이처가 그러니깐 나두 말이지」

(안해가 설혹 그랬기루 그걸다 꼬드겨밧처개 새끼같으니!) 그 담엔 드를랴고 애를 써도 드를수 없을만치 병아리 소리로들 뭐라고지꺼 린다. 그는 이것도 필경 저와 게숙이의 사이가 좋으니까 배가 아파서 이간 질이리라 생각하였다. 그런데 게집도 는실난실 여일이 받으며 같이 웃는것 이아닌가

근식이는 분을 참지못하여 숨 소리도 거츨을만치 되었다. 마는 그렇다고 뛰어들어가 뚜들겨줄 형편도 아니요 어재 볼 도리가 없다. 게숙이나 멋하면 노엽기도 덜하련마는 그것조차 핀잔 한마듸안주고 한통속이 되는듯하니 야 속하기가 이를데없다.

그는 노기와 한고로 말미아마 팔장을 찌르고는 덜덜 떠렀다. 농창이 난 버 선이라 눈을 발고섰으니 뼈끗이 쑤시도륵 시렵다.

몸이 괴로워지니 그는 안해의 생각이 머리속에 문득 떠오른다. 집으로만 가면 따스한 품이 기다리런만 왜 이 고생을 하는지 실로 알고도 모를일이 다.

허지만 다시 잘 생각하면 안해 그까짓건 싫였다 아리랑타령 한마디 못하는 병신 돈한푼 못버는 천치 ── 하긴 초작에야 물불을 모를만치 정이 두터웠 으나 때가 어느 때이냐 인제는 다 삭고말었다.

뭇 사람의 품으로 올마안기며 에쓱어리는 들병이가 말은 천하다 할망정 힘 안드리고 먹으니 얼마나 부러운가. 침들을 게제 흘리고 덤벼드는 뭇 놈을 이손저손으로 맘대로 후물르니 그 호강이 바히 고귀하다 할지라 ── 그는 설한에 이까지 딱딱 어리도록 몸이 얼어간다. 그러나 집으로 가서 자 리우에 편히쉬일 생각은 조금도 없는 모양갓다. 오즉 게숙이가 불러드리기 만 고대하여 턱살을 바처대고 눈이 빠질 지경이다.

모진 눈보래는 가끔식 목덜미를 냅다 갈긴다.

그럴적마다 저고리 동정으로 눈이 날아들며 등줄기가 선뜩선뜩하였다.

근식이는 암만기달려도 때가 되었스련만 불러드리지를 않는다 수군거리든 고것좇아끊이고 인젠 굵은 숨소리만이 흘러나온다.

그는 저도 까닭모르는 약이 발뿌리서 머리끝가지 바짝 치뻗었다 들병이란 더러운 물건이다 남의 살림을 망처놓고 게다 가난한농군들의 피를 빨아먹는 여호다 하고 매우 쾌쾌히 생각하였다. 일변 그렇게까지 노해서나갔는데 안 해가 지금쯤은 좀 풀었을가 이런생각도 하야본다.

첨아끝에 쌓였든 눈이 푹하고 땅에 떨어질때 그때분명히 그는 집으로 갈랴 하였다. 만일 게숙이가 때 마처 불러 드리지만 않었드면 「에이 더러운 년!」

속으로 이렇게 침을 배았고 네보란듯이 집으로 삑 다라났을지도 모른다.

계집은 한문으로

「칩겟우 얼른가우」

「뭘 이까진 추이 ―」

「그럼 잘 가게유 낭종 또 만납시다」

「응, 내추후루 한번 찾아가지」

뭉태를 이렇게 내뱃자 또 한문으로

「가만히 들어오게유」

하고 조심히 근식이를 집어드린다.

그는 발 바닥의 눈도 털줄 모르고 감지덕지하야 닝큼 들어스며 우선 얼는 손을 썩썩 문댔다.

「밖에서 퍽 추었지유?」

「뭘, 추어 그렇지」

하고 그는 만족히 웃으면서 그렇듯 불불하든 아까의 분노를 다 까먹었다.

「그자식, 남 자는데 왜와서 쌩이질이야 ―」

「그러개말이유 그건 눈치코치도 없어 ―」

하고 계집은 조곰도 빌틈없이 여전히 탐탁하였다. 그리고 등잔에 불을 다리 며 건아하야 생글생글 웃는다.

「자식이 왜 그뻔세처럼 거짓말만 슬슬하구!」

하며 근식이는 먼젔번 뭉태에게 흉잡혔든 그 대가픔을 안할수 없다. 나두 네가 헌만치는 허겠다, 하고

「아 그놈 참 병신 됐다드니 어떻게 걸어다녀!」

「왜 병신이 되우?」

「남의 계집 오입하다가 들켜서 밤 새도록 목침으로 두들겨맞었지 그래 웅 치가 끊어젔느니 대리가 부러젔느니 허드니 그래두 곳잘 걸어다니네!」 「알라리 별 일두!」

계집은 세상에 없을 일이 다 있단듯이 눈을 째웃하드니 「제 계집좀 보았기루 그렇게 때릴건 뭐야」

「아 안그래 그럼 나라두 당장 그놈을!」

하고 근식이는 제 안해가 욕이라도 보는듯이 기가 올랐으나 그러나 계집이 낯을 찌프리며

「그 뭐 계집이 어디가 떨어지나 그러개?」

하고 샐쭉이 뒤둥그러지는데는 어쩔수없이 저도

「허긴 그렇지 놈이 온체못나서 그래」

하고 얼뜬 능치는게 상책이었다.

내일부터라도 게숙이를 따라다니며 먹을텐데 따는 이것저것을 가리다는 죽 도 못빌어먹는다 그 보다는 몸이 열파에 난대도 잘먹을수만 있다면이야 고 만이아닌가 ──

그건 그렇다고 어떻든 뭉태란 놈의 흉은 그만치 봐야 할것이다 그는 담배 를 한대 피어물고 뭉태는 번디돈도 신용도 아무것도 없는 건달이란둥 동리 에서는 그놈의말은 고지 않듣다는둥 심지어 남의집 보리를 훔처내다 붙잡혀 서 콩밥을 먹었다는 헛풍까지 찌며 없는사실을 한창 느러놓았다.

그는 이렇게 계집을 얼렁거리다 안말에서 첫해를 울리는 게명성을 들고 깜 짝놀랐다.

개동까지는 떠날 차보가 다되어야 할것이다 그는 계집의뺨을 손으로 문질 러보고벌떡 일어서서 밖으로 나온다.

「네 집에좀 갔다올게 꼭 기달려 응」

도식이가 거리로 나올때에는 초생달은 완전히 넘어갔다.

저 건너산밑 국수집에는 아직도 마망의 불이 환하다 아마 노름군들이 모여 들어 국수를눌러먹고 있는 모양이다.

그는 밭둑으로 돌아가며 지금쯤 안해가 집에돌아와 과연 잠이들었을지 퍽 궁금하였다. 어쩌면 매함지없어진건 알았을지도모른다 제가들어가면 박아지 를 글글랴고 지키고 앉었는지나않얼는지 ──

이렇게되면 게숙이와의약속만 깨여질뿐아니라 일은 다 글르고만다.

그는 제물에 다시 약이올랐다 게집년이 건방지게 남편의일을 지키고앉었구 남편이하자는대루 했을따름이지 제가 항상 뭔데 ─ 허지만 이주먹이들어가 귀ㅅ배기 한서너번만 쥐여박으면 고만이아닌가 ──

다시 힘을 얻어가지고 그는 저집 싸리문께로 다가스며 살몃이 들어밀었다.

달빛이 없어지니까 벜쪽은 캄캄한 것이 아주 절벽이다. 뜰에, 깔린 눈의 반영이 있음으로 그런대로 그저 할만하다 생각하였다.

그러나 우선 봉당우로 올라서서 방문에 귀를 기우리지 않을수 없었다.

문풍지도 울듯한 깊은 숨소리. 입을 버리고 길에서 코를 골아대는 안해를 일상 책했드니 이런 때에 덕볼줄은 실로 뜻하지 않었다 저런 콧소리면 사지 를 묵거가도 모를만치 고라젔을게니까 ──

그제서는 마음을 놓고 허리를 굽히고 그리고 꼭 도적같이 발을 저겨드디며 부엌으로 들어섰다. 첫때 살림을 시작할랴면 밥은 먹어야 할터니까 솟이 필 요하다. 손으로 더듬더듬 찾아서 솟뚜겅을 한옆에 벗겨놓자 부뚜막에 한다 리를 얹고 두손으로 솟진을 잔뜩 움켜잡았다. 인제는 잡아 당기기만 하면 쑥 뽑힐게니까 그리 어렵지않을것이다.

이 솟이 생각하면 사년전 안해를 맞어드릴때 행복을 게약하든솟이었다. 그 어느날인가 읍에서 사서들러메고 올제는 무척 기뻣다. 때가 지나도록 안해 가 뭔지 생각하고 모르다가 이제야 알고보니 따는훌륭한 보물이다. 이솟에 서 둘이 밥을 지어먹고 한평생 같이 살려니하니 세상이 모두 제것같다.

「솟 사왔지」

이렇게 집에와 나려놓으니 안해도 뛰여나와 짐을 끄르며 「아이 그솟이뻐이! 얼마 주었수?」

하고 기뻐하였다.

「번인 일원사십전을달라는걸 억지로 깍가서 일원삼십전에 떼왔는걸!」하 고 지니까 깍갔다는 우세를 뽑내니

「참 싸게 삿수, 그러나 더 좀 깍까드면 좋았지」

그러고 안해는 솟을 뚜들겨보고 불빛에 빛여보고하였다. 그래도 밑바닥에 구멍이 뚤렸을지 모름으로 물을 부어보다가

「아 이보게, 새네 새, 일어쩌나?」

「뭐, 어듸」

그는 솟을 받아들고 눈이 휘등그래서 보다가

「글세 이놈의 솟이 새질안나!」

하고 얼마를 살펴보고난 뒤에야 새는게 아니고 전으로물이 검흐른것을 알았 다.

「숭맥두 많어이 이게 새는거야, 겉으로 물이 흘렀지 ―」 「참 그렇군!」

두리를 이렇게 행복스러히 웃고 즐기든 그 솟이었다. 그러나 예측하였든 달가운꿈은몇달이었고 툭하면 굶고 지지리 고생만 하였다. 인제는 맛당히 다른데로 옴겨야할것이다

그는 조곰도 서슬없이 솟은 쑥 뽑아 한길체 나려놓고 또 그담걸 찾었다.

근식이는 어두운 벽 한 복판에 서서 뒤 급한 사람처럼 허둥지둥 (매)인다.

그러타고 무엇을 찾는것도 아니요 뽑아논 솟을 집는것도 아니다. 뭣뭣을 가 저가야 한는지 실은 가저갈 그릇도 없거니와 첫때 생각이 안나서이다. 올때 에는 그렇게도 여러가지가 생각나드니 실상 딱 와닥치니까 어리둥절하다.

얼마뒤에야

(올치 이런 망할 정신보래!)

그는 잊었든 생각을 겨우 깨치고 벽에 걸린 바구니를 떼들고 뒤적어린다.

그 속에는 달하 일그러진 수저가 세자루 길고 짤고 몸 고르지 못한 저까락 이 너덧매 있었다.

그중에서 덕이 (아들)먹을 수저 한개만 남기고는 모집어서 궤춤에 꾹 꼬젔 다.

그리고 더 가저가랴 하니 생각은 부족한것이 아니로되 그릇이 마뜩지 않 다. 가령 밥사발 바가지 종지 ──

방에는 앞으로 둘이 덮고 자지 않으면 안될 이불이 한채 있다 마는 방금 안해가 잔뜩 끌어안고 매댁질음치고 있을게니 이건 오페부득이다 또 웃묵 구석에 한너덧되남은 좁쌀 자루도 있지 않으냐 ──

허지만 이게 다 일을 벗내는 생각이다 그는 좀 미진하나마 솟만 들고는 그 대로 그림자같이 나와버렸다.

그의 집은 수어릿골 꼬리에 달린 막바지었다. 양쪽산에 찌어 시냇가에 집 은 (엄짓)고늘 쓸쓸하였다 마을복판에 일이라도 있어 돌이깔린 시냇길을 여 기서 오르나리자면 적잔히 애를 씨웠다.

그러나 이제로는 그런 고생을 더 하자하여도 좀체 없을것이다. 고생도 하 직을를 하자하니 구엽고도 일변 안타까운 생각이 없을수 없다.

그는 살든 즈집을 둬서너번 돌아다보고 그리고 술집으로 힝하게 달려갔다.

방에 불은 아직도 켜있었다.

근식이는 허둥지둥 지게문을 열고 뛰어들며

「어, 추어!」

하고 커다케 몸서리를 첬다.

「어서 들어오우 난안오는줄 알었지」

게숙이는 어리빵빵한 웃음을 띄이고 그리고 몹씨 반색한다 아마그 동안 자 지도않은듯 보재기에 아이 기저귀를 챙기며 일변 쪽을 고처끼기도하고 떠날 준비에 서성 서성하고 있다.

「안오긴 왜 안와?」

「글세 말이유 안오면 누군 가만둘줄 안아, 경을 이렇게 처주지」 하고 그 팔을 잡아서 꼿집다가

「아, 아, 아고파! 」

하고 근식이가 응석을 부리며 덤비니

「여보기유, 참 짐은 어떠커지유?」

「뭘 어떻게?」

「아니 은제 쌀려는냔 말이지유?」

하고 뭘 한참 속으로 생각한다.

「진시 싸놧다간훤하거던 곧 떠납시다유 ―」

근식이도 거기에 동감하고 게집의 의견대로 짐을 댕그먼이 묵거놓았다. 짐 이라야 솟 멧돌 매함지 옷보따리 게다 술값으로 받아드린 쌀몇되 좁쌀 몇되 ──

먼동이 트는대로 질머만메면 되도록 짐은 아주 간단하였다 만약 아츰에 주 저거리다간 우선 술집 주인에게 발각이 될게고 따라 동리에 소문이 퍼진다.

그뿐 아니라 안해가 쫓아온다면 팔짜는 못고치고 모양만 창피할것이 아닌가 ──

떠날 차보가 다 되자 그는 자리에 누어 날 새기를 기다렸다. 시방이라도 떠날생각은 간절하나 산골에서 즘승을 만나면 귀신이 되기쉽다. 허지만 술 집(의) 심은 다되었다니까 인사도 말고 개동까지는 슬몃이 다라나야할것이 다.

그는 몸을 덜덜 떨어가며 얼른 동살이 잡혀야할텐데 ── 그러다 어느 결 에 잠이 깜빡 들었다.

그것은 어느 때쯤이나 되었는지 모른다.

어깨가 읏슥하고 찬 기운이 수가마로 새드는듯이 속이 떨려서 번쩍 깨었 다. 허나 실상은 그런것도 아니요 아이가 킹킹거리며 머리우로 대구 기어올 라가서 눈이 띄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구찬하서 손으로 아이를 밀어나리고 또 밀어나리고 하였다. 그러나 세번째 밀어나리고자 손이 아마우로 올라갈제, 실로 아지못할 일이라, 등뒤 웃묵쪽에서

「이리 온, 아빠 여깃다」

하고 귀설은 음성이 들리지않는가 ──

걸걸하고 우람한 그 목소리 ──

근식이는 이게 꿈이나 아닌가, 하야 정신을 가만히 가다듬고 눈을 떴다 감 았다 하였다 그렇다고 몸을 삐끗하는것도 아니요 숨소리를 제법 크게 내는 것도 아니요 가슴속에서한갓 염통만이 펄떡펄떡 뛸뿐이었다.

암만 보아도 꿈은아닐듯 십다. 어두운 방, 앞에 누은 게숙이, (컹킹)거리 는 어린 애 ──

걸걸한 목소리는 또 들린다.

「이리 와, 아빠 여깃다니까는」

아이의 아빠이면 필연코 내던진 번 남편이 결기를 먹고 따라 왔음에 틀림 이 없을것이다. 그리고 안해의 부정을 현장에서 맞닥드린 남편의 분노이면 네남직없이 다 일반이리라. 분김에 낫이라도들어 찍으면 고대로 찍소리로 못하고 죽을밖에 별도리없다.

확실히 이게 꿈이어야 할터인데 꿈은 아니니 근식이는 얼른 몸에서 땀이다 솟을만치 속이 답답하였다 꼿꼿하야진 등살은 고만두고 발꼬락하나 곰짝못 하는것이 속으로인젠 참으로 죽나부다하고 거진 산 송장이되었다.

물론 이러면 좋을까 저러면 좋을까, 하고 드립다 애를 짜아도 본다. 그러 나 결국에는 게숙이를 깨우면 일이 좀 필가하고 손꼬락으로 그 배를 넌즛이 쿡쿡 찔러도보았다 한번, 두번, 세번 그리고 네번째는 배에 창이나라고 힘 을 드리어 찔렀다. 마는 게숙이는 깨기는세루 그의 허리를 더 잔뜩 끌어안 고 코 골기에 세상만 모른다.

그는 더욱 부쩍부쩍 진땀만 흘렀다.

남편은 어청어청 등뒤로 거러오는듯 하드니 아이를 번쩍 들어안는 모양이 다.

「이놈아, 왜 성가시게 굴어?」

이렇게 아이를 꾸짓고

「어여들 편히자게유!」

하야 쾌히 선심을 쓰고 웃묵으로 도로나려간다.

그 태도며 그 말씨가 매우 맘세좋아 보였다. 마는 근식이에게는 이것이 도 리어 견딜수 없을만치 살을 저미는듯 하였다. 이렇게 되면 이왕 죽을바에야 얼른 죽이기나 바라는 것이 다만 하나남은 소원일지도 모른다.

게숙이는 얼마 후에야 꿈을꿈을 하며 겨우 몸을 떠들었다.

「어서 떠나야지?」

하고 두 손등으로 잔 눈을 부비다가 웃묵쪽을 나려다보고는 몹씨 경풍을 한 다. 그리고 고개를 접드니 입을 꼭 봉하고는 잠잠히 있을뿐이다.

이런 동안에 날은 아주 활짝 밝았다.

안 부엌에선 솟을 가시는 소리가 시끄러히 들려온다.

주인은 기침을 하드니 찌걱어리며 대문을 여는 모양이었다.

근식이는 이래도 죽긴 일반 저래도 죽긴 일반이라 생각하였다. 참다 못하 야 저도 따라 일어나 응크리고 앉으며 어찌 될겐가 또 다시 처분만 기다렸 다. 그런 중에도 곁눈으로 흘낏 살펴보니 키가 커다란 한 놈이 책상다리에 아이를 안고서 웃묵에 앉었다. 감떼는 그리사납지 않으나 암끼좀 있어 보이 는듯한 그 낯짝이 넉히 사람깨나 잡을듯하다.

「떠나지들 ―」

남편은 이렇게 제법 재촉하며자가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마치 제가 주장하 야 둘을 데리고 먼 길이나 떠나는듯싶다. 언내를 게숙이에게 내맛기드니 근 식이를 향하야

「여보기유, 일어나서 이짐좀 지워주게유 ―」

하고 손을 빈다.

근식이는 잠간 얼뚤하야 그 얼골을 멍히 쳐다봣으나 그러나 허란대로 안할 수도없다 살려주는 거만 다행으로 녀기고 번시는 제가 질짐이로되 부축하야 그 등에 잘지워주었다.

솟, 맷돌, 함지박, 보따리들을 한태 묵근것이니 무겁기도 조히 무거울게 다. 허나 남편은 조금도힘드는 기색을 보이기커녕 아주 홀기분한 몸으로 덜 렁덜렁 밖을 향하야 나슨다.

안해는 남편의 분부대로 언내는 피대기에 들싸서 등에 업었다. 그리고 입 속으로 뭐라는 소리인지 종알종알하드니 저도 따라 나슨다.

근식이는 얼 빠진 사람처럼 서서 웬 영문을 모른다. 한참 그러나 대체 어 떻게 되는겐지 그들의하는냥이나 볼려고 그도 설설 뒤묻었다.

아츰 공기는 뼈끝이 다 쑤시도록 더욱 매섭다.

바람은 지면의 눈을 품어다간 얼골에 뿜고 또 뿜고하였다.

그들은 산도통이를 꼽들어피언한 언덕길로 성큼성큼나린다. 안해를 앞에 세우고 길을 찾으며 일변 남편은 뒤에 우뚝 서있는 근식이을 돌아다보고 「왜 섰우, 어서 같이 갑시다유 ―」

하고 동행하기를 간절히 권하였다.

그러나 근식이는 아무 대담없고 다만 우두머니 섰을뿐이다 .

이때 산도통이 옆길에서 두 주먹을 흔들며 헐레벌떡 달겨드는것이 근식이 의 안해이었다. 일은 벌렸으나 말을 하기에는 너머도 기가 찼다 얼굴이 새 빨게지며 눈에 눈물이불현듯 고이드니

「왜 남의 솟은 빼가는거야?」

하고대뜸 게집에게로 달라붓는다.

게집은 비녀쪽을 잡아채는바람에 뒤로 몸이 주춤하였다. 그리고 고개만을 겨우 돌리어

「누가 빼갔어?」

하다가

「그럼 저 솟이 누거야?」

「누건 내 알아 갔다주니까 가저가지!」

하고 근식이 처만 못하지않게 독살이 올라 소리를 질른다.

동리 사람들은 잔 눈을 부비며 하나 둘 구경을 나온다 먹질이 떨어저서 서 로를 (붙)고 떨어지고

「저게근식이네 솟인가?」

「글세 설마 남의 솟을빼갈라구!」

「갔다줬다니까 근식이가 빼온게지!」

이렇게 수군숙덜 ──

「아니야! 아니야!」

근식이는 안해를 뜨더말리며 두볼이 확확 딿았다 마는 안해는 남편에게 한 팔을 끄들린책 그대로 몸부림을하며 여전히 대들랴고든다.

그리고 목이 찢어지라고

「왜 남의 솟을 빼가는거야 이도적년아 ──」

하고연해 발악을 친다.

그렇지 마는 들병이 두내외는 금세 귀가 먹었는지하나는 짐을 하나는 아이 를들러업은채 언덕으로 늠늠히나려가며 한번 돌아다보는 법도 없다.

안해는 분에 복바치어 고만 눈우에 털썩 주저앉으며 체면 모르고 울음을 놋는다.

근식이는 구경군쪽으로 시선을 흘낏거리며 씀 입맛만다실 따름 ── 종국 에는 두 손으로 눈우의 안해를 잡아일으키며 거반 울상이되었다.

「아니야 글세, 우리것이 아니라니깐 그러네 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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