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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인 김연실전 김동인 1 연실(姸實)이의 고향은 평양이었다. 연실이의 아버지는 옛날 감영(監營)의 이속(吏屬)이었다. 양반 없는 평양서는 영리( 營吏) 들이 가장 행세하였다. 연실이의 집안도 평양서는 한때 자기로라고 뽐내던 집안이었다. 연실이는 부계(父系)로 보아서 이 집의 맏딸이었다. 그보다 석 달 뒤에 난 그의 오라비 동생이 그 집안의 맏상제였다. 이만한 설명이면 벌써 짐작할 수 있을 것이지만, 연실이는 김영 찰의 소실―---퇴기(退妓)―--- 소생이었다. 김영찰의 딸이 웬심인지 최이방을 닮았다는 말썽도 어려서는 적지 않게 들었지만, 연 실이의 생모와 김영찰의 새의 정이 유난히 두터웠던 까닭인지, 소문은 소문대로 젖혀 놓고 연 실이는 김영찰의 딸로 김영찰에게 인정이 되었다. 조선에도 민적법(民籍法)이 시행될 때는 .. 2022. 7. 15.
신채호 조선역사상일천년래제일대사건 朝鮮歷史上[조선역사상] 一千年來[일천년래] 第一大事件[제일대사건] 1. 緖[서] 論[론] 민족(民族)의 성쇠는 매양 그 사상(思想)의 추향 여하에 달린 것이며, 사 상 추향의 혹좌혹우(或左或右)는 매양 모종 사건의 영향을 입는 것이다. 그 러면 조선 근세에 종교(宗敎)나 학술(學術)이나 정치(政治)나 풍속(風俗)이 사대주의의 노예가 됨이 무슨 사건에 원인함인가. 어찌하여 효(孝)하며 어 찌하여 충(忠)하라 하는가. 어찌하여 공자(孔子)를 높이며 어찌하여 이담을 배척하라 하는가. 어찌하여 태극(太極)이 양의(兩儀)를 낳고 양의가 팔괘 (八卦)를 낳는다 하는가. 어찌하여 신수(身修) 연후에 가제(家齊)요, 가제 연후에 국치(國治)인가. 어찌하여 비록 두통이 날지라도 관망(冠網)을 끄르 지 않으며 티눈이 있을.. 2022. 7. 15.
채만식 여자의 일생 女子[여자]의 一生[일생] 1. 시집難[난] 시집難[난] 내일 모레가 추석 ── 열사흘달이 천심 높다랗게 솟아 있다. 일 년 열두 달 그중 달이 좋다는 추석달이다. 거진 다 둥그렀고 거울같이 맑다. 밤은 이윽히 깊어 울던 벌레도 잠자고 괴괴하고…… 촉촉한 이슬기를 머금고 달 빛만 빈 뜰에 가득 괴어 꿈속이고 싶은 황홀한 밤이었다. 새댁 진주는 우물에 두레박을 드리운 채 자아올릴 생각을 잊고 서서 하도 좋은 달밤에 잠깐 정신이 팔린다. 무엇인지 저절로 마음이 흥그러워지려고 하고 이런 좋은 달밤을 두어두고 이내 도로 들어가기가 아까운 것 같았다. 언제까지고 내처 이대로 있었으면 싶었다. 그러나, 또 혼자서 이렇게는 더 아까운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 아까운 것이 가만히 또 재미가 있기도 하였 다. 한 어리고.. 2022. 7. 15.
강경애 어둠 어둠 툭 솟은 광대뼈 위에 검은빛이 돌도록 움쑥 패인 눈이 슬그머니 외과실을 살피다가 환자가 없음을 알았던지 얼굴을 푹 숙이고 지팡이에 힘을 주어 붕 대한 다리를 철철 끌고 문안으로 들어선다. 오래 깎지 못한 머리카락은 남바위나 쓴 듯이 이마를 덮어 꺼칠꺼칠하게 귀밑까지 흘러내렸으며 땀에 어룽진 옷은 유지같이 싯누래서 몸에 착 달라 붙어 뼈마디를 환히 드러내이고 있다. 소매로 나타난 수숫대 같은 팔에 갑 자기 뭉퉁하게 달린 손이 지팡이를 힘껏 다궈쥐었다. 금방 뼈마디가 허옇게 나올 것 같다. 의사는 회전의자에 앉아 의서를 보다가 흘끔 돌아보았으나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얼른 머리를 돌리고 검실검실한 긴 눈썹에 싫은 빛을 푸르르 깃들이 고서 여전히 책에 열중한 체한다. 저편 침대 곁에서 소곤소곤 지껄이던 .. 2022.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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