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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문학

한용운 가지마셔요

by 역달1 2022.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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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마서요

그것은 어머니의 가슴에 머리를 숙이고 자기자기한 사랑을 받으랴고 삐죽 거리는 입설로 表情[표정]하는 어여쁜 아기를 싸안으랴는 사랑의 날개가 아 니라, 敵[적]의 旗[기]발입니다.

그것은 慈悲[자비]의 白毫光明[백호광명]이 아니라, 번득거리는 惡魔[악 마]의 눈〔眼[안]〕빛입니다.

그것은 冕旒冠[면류관]과 黃金[황금]의 누리와 죽음과를 본 체도 아니하 고, 몸과 마음을 돌돌 뭉쳐서 사랑의 바다에 퐁당 넣랴는 사랑의 女神[여 신]이 아니라, 칼의 웃음입니다.

아아 님이여, 慰安[위안]에 목마른 나의 님이여, 걸음을 돌리서요, 거기를 가지 마서요, 나는 싫여요.

大地[대지]의 音樂[음악]은 無窮花[무궁화] 그늘에 잠들었읍니다.

光明[광명]의 꿈은 검은 바다에서 잠약질합니다.

무서운 沈默[침묵]은 萬像[만상]의 속살거림에 서슬이 푸른 敎訓[교훈]을 나리고 있읍니다.

아아 님이여, 새 生命[생명]의 꽃에 醉[취]하랴는 나의 님이여. 걸음을 돌 리서요, 거기를 가지 마서요, 나는 싫여요.

거룩한 天使[천사]의 洗禮[세례]를 받은 純潔[순결]한 靑春[청춘]을 똑 따 서 그 속에 自己[자기]의 生命[생명]을 넣서, 그것을 사랑의 祭壇[제단]에 祭物[제물]로 드리는 어여쁜 處女[처녀]가 어데 있어요.

달금하고 맑은 향기를 꿀벌에게 주고, 다른 꿀벌에게 주지 않는 이상한 百 合[백합]꽃이 어데 있어요.

自身[자신]의 全體[전체]를 죽음의 靑山[청산]에 장사지내고, 흐르는 빛 (光)으로 밤을 두 쪼각에 베히는 반딧불이 어데 있어요.

아아 님이여, 情[정]에 殉死[순사]하랴는 나의 님이여. 걸음을 돌리서요.

거기를 가지 마서요, 나는 싫여요.

그 나라에는 虛空[허공]이 없읍니다.

그 나라에는 그림자 없는 사람들이 戰爭[전쟁]을 하고 있읍니다.

그 나라에는 宇宙萬像[우주만상]의 모든 生命[생명]의 쇳대를 가지고, 尺 度[척도]를 超越[초월]한 森嚴[삼엄]한 軌律[계율]로 進行[진행]하는 偉大[위대]한 時間[시간]이 停止[정지]되얐읍니다.

아아 님이여, 죽음을 芳香[방향]이라고 하는 나의 님이여. 걸음을 돌리서 요, 거기를 가지 마서요, 나는 싫여요.

 

[상기 저작물은 저작권의 소멸 등을 이유로 저작권 보호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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