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어머니날
파리 여자라면 사치나 하고 놀기나 잘 하는 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알뜰살 뜰하게 오밀조밀하게 앙실방실하게 아양도양하게, 사접시를 깨뜨리게 깔깔 대고 깨가 옥실옥실 쏟아지듯 속살거려, 사람 그것이 곧 그대로 예술품이어 서 싫증이 없고 고통을 잊고 비애가 없는 그날그날 새 기분을 창작해 내는 파리 가정의 주부생활이다.
이 날은 어머니의 날이다. 내가 있던 집 어머니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더니 앵무새 울 듯,
“좋은 날이다, 우리 가족.”하며 남편과 자녀에게까지 뺨에 키스를 하고 생글생글 웃는다.
아침 밥 후에 다 각각 먹은 그릇을 내다 놓으며(이 집 규칙은자치제다), “아 맛있었다. 어머니 고마워요.” 한다.
남편은 약소국민회 회석(弱小國民會會席)으로, 딸 둘은 학교로, 나는 연구 소로 나갔다. 늘 혼자 집보고 있는 일곱 살된 아들에게 큰 집을 부탁하고 어머니는 행렬에 참가하기 위하여 나간다.
연구소 밖에서는 와글와글하는 소리가 난다. 화필을 던지고 뛰어나가 보았 다. 알록달록, 얼숭덜숭, 울긋불긋, 푸릇파릇한 모자, 옷, 넥타이, 목도리 로 꾸민 늙은부인, 젊은 부인, 예쁜 부인, 미운 부인, 키 작은 부인, 키 큰 부인, 다정스럽고도 한만스럽고 쾌활스럽고도 아담스러운, 있는 대로 말하 고 마음껏 웃으며 한 걸음 두 걸음씩 걷는 대로 끊일 줄 모르는 이야기야말 로 묵묵히 다니는 동양풍으로 보아 수다하다고 않을 수 없다. 행렬은 상젤 리제를 통하여 개선문을 나서 봐 드 불로뉴로 들어서 울창한 삼림 사이 넓 고 푸른 잔디 위에 무려 수천 명의 엔젤은 범나비 놀 듯 뛰고, 눕고, 끼고 , 안고, 제 흥대로 넘논다. 혹 싼 보에서 혹 넣었던 주머니에서 혹 포켙 속 에서 포도주, 샌드위치, 비스켙, 캬라멜, 쵸코렛을 펼쳐 놓고 너 먹어라 나 먹자 떼어주고 쪼개주고 갈라주고 부어주어 마음껏 힘껏 다 먹은 후 행렬 앞에서 불고오던 군악소리 맞춰 서로 끼고 춤을 춘다. 노래를 부르고 콧노 래를 내고 뺨을 짝짝 때리고 등어리를 툭툭 두드리고 팔뚝을 서로 꼬집어 흥껏 놀고 나니 황혼도 다 되었다.
단장 부인의 지휘를 따라 행렬은 다시 정리되자마자 산회를 고한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기차로, 지하차로, 택시로, 다 각각 스위트홈으로 향 한다. 그들은 제각기 다 자기의 기쁜 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어린 자녀들에 게 줄 선물을 사러 상점을 갸웃갸웃한다. 우리 집주인 부인도 주렁주렁 무 엇을 사들고 들어오더니 집 본 아들에게 키스하고,
“내 사랑하는 아가, 수고했지?”
하며 한 봉지를 내어준다. 거기에는 빨간 옷 입은 대장 인형이 들어 있었 다. 남편에겐 고운 넥타이, 두 딸에겐 명주 손수건, 내게는 쥬비(小人形[소 인형])을 주었다.그리고 키스를 하고 마치 17, 8세 된 어린이같이(40여 세 된 부인이나) 좋아하고 깔깔대고 참새같이 지저귄다.
이같이 하여 파리의 어머니날은 즐거움 속에서 지나간다. 지금도 기억되는 그날!
『新家庭[신가정]』(19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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